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본에 이어 한국도 곧 미국과의 치열한 관세 협상에 임하게 될 예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일 관세 협상의 내용, 한미 협상의 주요 쟁점, 그리고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조선업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협상 전략과 미중 무역 갈등의 확대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겠습니다.
미일 관세 협상: 한미 협상의 전조
지난 16일, 미국과 일본은 첫 번째 관세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예고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일본 측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이는 한국 협상팀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70조 원(12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를 언급하며 완전한 해소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주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본 자동차 안전 규제 완화
2. 미국 농축산물 수입 증대
3.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분담 증액
일본은 일부 요구는 검토 가능하지만 모든 규제를 철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와 방위비 증액을 연계하는 '일괄 타결' 방식을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도 비슷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미 고위급 경제 회담과 협상 전략
이제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에 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간의 통상 현안 논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므누신 장관은 관세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어, 미국이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관세 조정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증액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며 일괄 타결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관세와 방위비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원칙을 고수할 계획입니다.
한국 측은 다음과 같은 협상 레버리지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조선 분야 협력 강화
- 에너지 교역 확대
- 알래스카산 LNG 도입 프로젝트 참여
그러나 섣불리 합의에 이를 경우, 우리의 합의 내용이 다른 국가와의 협상 기준점이 되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협상 타결 시점을 신중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선 산업과 알래스카 LNG: 핵심 협상 카드
이번 한미 협상에서는 조선 산업 협력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큰 협상 카드는 미국이 제안한 조선 분야 협력입니다. 또한 에너지 구매 확대, 특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논의도 포함됩니다. 한국은 LNG 주요 수입국으로, 지난해 미국산 LNG 비중은 약 12%였습니다.
하지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경제성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 약 64조 원의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
- 연중 동결 상태인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가스를 1,300km 떨어진 남부까지 이송하는 복잡한 구조
-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문
한국 정부는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생산된 LNG 물량 구매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얻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과 일본의 프로젝트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며 홍보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추가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자국 국채 매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상설 통화 스와프 체결을 역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는 외환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의 확대: 해운 분야로의 전선 확장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희토류와 반도체를 넘어 이제 해운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 국적 선박뿐 아니라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 고액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10월 14일부터 톤당 50달러를 부과하고, 2028년부터는 140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사실상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의 미국 기항을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입니다.
작년 기준 전 세계 선박 건조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70%에 달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신규 발주되는 선박은 중국 대신 다른 국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상당한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단순히 선박 발주에 그치지 않고, 한국 조선업체들에게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와 기술 인력 이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으며, HD현대중공업도 미국 방산 조선업체와 기술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미국의 장기적 목표는 조선업 패권을 자국으로 가져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협력에 응하되, 기술 이전 범위를 신중히 조율하고 핵심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역량은 우리가 계속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관세 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고율 관세 부과는 이미 세계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주문량 감소로 재고가 누적되고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작년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약 630조 원(4,400억 달러)에 달했지만, 미국의 대중 수입은 약 200조 원(1,500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는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우려되는 점은 판로가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입니다.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저가 공세가 이루어질 경우,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한국의 대미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3월 통계에 따르면, 25% 관세가 부과된 철강 및 알루미늄 품목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9% 급감했습니다. 이러한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면 국내 제조업 가동률 저하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미국 내 여론 변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통상 정책에 대한 미국 내 반발 여론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지지층 일부에서도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초반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1기 행정부 시절보다 더 빠른 속도의 하락세입니다. 미국 내 자본의 안전자산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미국 제품 불매 운동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게 이러한 상황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 반발을 고려하여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으나,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근본적인 대립 구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과 대응 전략
4월 24일 발표될 한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 지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IMF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당초 2월 예측치(+0.2%)보다 악화된 -0.1% 내외의 역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1분기 성장률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하고, 추가경정예산이 뚜렷한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한국은행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1.5%)도 추가로 하락할 수 있습니다.
신중한 협상과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
한미 관세 협상은 단순한 무역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과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예측 불가능성이 높지만, 조선 및 해운 분야에서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려는 중장기적 목표는 뚜렷해 보입니다.
한국은 협상에서 조선업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핵심 기술과 역량은 지켜내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미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지혜와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한국 경제의 체질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